좀 더 말하면 그들은 나의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고, 각오를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말하는 모양새가 꼭 올해는 우승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선포하는 프로팀 감독을 닮았다.
그런 점에서 어디까지나 야구팬으로서 포스트시즌부터 한국 시리즈까지 여정을 생각하면, 마침내 이혼에 성공하려면 꾸준한 노력도 필요하고, 상당한 운도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존의 아내인 메리 형수가 언젠가 그랬다. 결혼 생활에 지쳐서 이혼을 결심하지만, 결혼 생활에 너무 지치면 이혼할 힘도 없다고.
“난 내 무능함과 추레한 몰골이 창피해요. 아, 난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고, 더구나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어느 만큼이나마 가치와 희망을 지니고 있는 내 삶을 사랑하는데, 트랜처의 장미꽃을 보니 난 그 삶을 상실하고 내 자존심마저 잃어간다는 기분을 느껴요. 내 얘기 무슨 소린지 아시겠어요, 내가 하는 얘기 무슨 소린지 아시겠어요?” – 존 치버 ‘이혼의 계절’ 중
치버 부부가 이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진절머리 나지만 한편으로는 좀 겸손해지는 측면도 있다. 저 엉망진창 우당탕탕 치버 부부도 결국 죽을 때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눈만 뜨면 일단 술을 들이키고 하루를 시작하는데도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 나가는 사람도 있고, 옷차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혼을 하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몰라 나는 이혼은 실패가 맞는 것 같다. 다만 실패했다고 해서 그게 다 온전히 누군가의 잘못으로 치환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음. 커피가 쏟아진 게 커피 잘못은 아니니까. 차가 막혀서 약속 시간에 늦은 건 하필 기후 위기 행진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건 차의 문제도, 운전자의 잘못도, 심지어 기후 위기 행진에 나선 사람들의 잘못도 아니니까. 그렇잖아요?
실패에서 사람의 잘못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혼했다고 해서 한사코 실패가 곧바로 사람의 잘못이라고 치환하지는 말자.
그치만 베어스, 니네들 진짜 준플 못간 건 괜찮아, 괜찮은데, 아니 말랑말랑한 LG 상대로 힘 한번 못쓰고 진 건 선수들 니들 잘못이 맞다. 이백 프로. 지더라도 좀 아 진짜... 너네는 보일러 틀지마 한국 시리즈 끝날 때까지. 너네는 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