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의 산책과 일주일에 두어 번의 러닝, 그리고 간간히 즐기는 소셜댄스(요즘은 ‘주크댄스’라는 장르를 춘다)가 내 활동량의 전부다. 하지만 격리 기간 중에는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삼시세끼를 시켜 먹고 배달원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한 건 약과다. 1년 반이 넘게 궁둥이를 맞대고 자던 강아지가 큰집(구조 및 임시 보호를 해주신 사람 언니네를 부르는 말)에 가니 잠도 오지 않고, 홀로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다가 남는 시간은 모조리 넷플릭스만 주행하며 보냈다. 울고 웃고 사람이 말하는 걸 듣긴 했지만 TV와 모니터를 끄면 무서운 적막이 찾아 들었다. 약 때문에 너무너무 졸려서 계속 커피를 들이부었더니 밤낮이 통째 바뀌어 동이 틀 때야 간신히 눈을 붙이기도 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카페인 하이 때문에 어질어질한 가운데서 다시 걷고 뛸 날을 갈망했지만 가장 괴로웠던 건 단연 쓰레기였다. 날로 쌓여가는 배달음식 용기가 봉지 몇 개를 넘어 가뜩이나 물건으로 어지러운 거실을 채워버렸다. 쓰레기를 넘어다니며 또 음식을 시키고, 개수대에 가득 쌓인 그릇을 치우는 둥 마는 둥 넷플릭스를 보고, 간신히 잠에 들고… 그렇게 7일을 보냈다.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보니가 돌아왔고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다시 동네 곳곳을 걷고 뛰어다녔다. 내가 사는 망원은 국내 최초의 리필 스테이션(빈 용기를 들고 가서 각종 생활용품과 세제, 화장품 쇼핑을 하는) 알맹상점이 생긴 곳이고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가게가 많으며 어렵지 않게 비건 식당을 찾을 수 있는 곳. 한때 에코페미니스트임을 자부하던 내가 신속 편리함에 취해 있는 사이, 우리네 삶은 미세플라스틱과 쓰레기대란, 기후변화에 봉착해버렸다. 격리에서 마을로 돌아오자 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물건들과 쓰레기의 무게를 자각할 수 있었다.
고갈된 삶을 새롭게 채우려면 제로웨이스트와 직면해야 했다. 에코백조차 더 이상 사지 않고 기증과 당근으로 바삐 살아야 했다. 한 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기에 조금씩 태도를 바꾸고, 실천 항목 리스트를 작성했다. 인스타에 나의 다짐과 실천을 올렸다. ‘플로깅’이 유행이지만 쓰레기를 줍는 것만큼이나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로 써두었다.
비닐과 일회용품 최소한으로 줄이기, 배달음식과 당일/익일배송 장보기 최소화, 보틀숍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그리고 기증과 버리기의 생활화!
구체적으로는 일회용 화장솜 대신 소창화장솜을 빨아서 사용하고, 페이퍼 타월 대신 소창손수건을 쓴다. 혹시라도 갖고 오지 않은 날은 페이퍼 타월을 말려서 다시 사용한다. 습도 유지도 되니 일석이조! 플라스틱과 종이컵은 하루 1개 이내로, 배달 음식용기는 씻어 말려서 음식물 저장용기나 리필 구매용으로 쓰기. 장 볼 때 비닐에 담지 않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반찬이나 과일을 살 때도 빈 용기에 담기 등이다. 다소 무겁고 미리 챙겨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생각보다 번거롭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사고도 뿌듯했다. 기존의 재화를 구입할 때는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다. 혹여나 까먹고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내가 아끼고 있는,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생색을 내지 않고 나의 실천에 집중하며 약간의 번거로움에 익숙해지기. 이것이 내가 포스트 팬데믹과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하는 데까지 재미있고 흥겹게, 강아지와 함께 잘 살아내는 것이 나의 소박한 목표이자 진득하게 만들어가는 행복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