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기 위해 운동합니다
글. 김봉석(문화평론가)
|
|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꾸준히 가던 헬스장을 중단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도 있지만, 24시간 영업시간이 밤 10시로 단축된 것이 이유다.
헬스장을 주로 가는 시간은 밤 11시 이후였다. 원고 하나를 끝내고 새벽 3, 4시에 가기도 했다. 저녁은 사람이 너무 많아 가기 싫고, 오후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3년 전,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복싱이나 킥복싱을 배울까도 했다. 헬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결국 영업시간 때문이다.
만족하며 2년 정도 헬스장을 다녔는데, 코로나 때문에 홈트레이닝으로 바꿨다. 운동을 시작하며 PT를 50회 정도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운동 방법을 배웠다. 실내 사이클, 덤벨 등을 사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나쁘지는 않다. 사이클을 탈 때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어 시간 절약도 된다. 이대로 홈트만 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두어 달 하다 보니 분명 미진했다. 운동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웠다.
|
|
수십 년간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와 걷기 정도였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당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고, 관련된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한다. 일은 재미있고, 엄청나게 힘들지는 않지만 급여가 너무 적었다. 다른 일을 병행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상황은 알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았겠지. 하던 일이 있었지만, 프로그래머 일이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라 선뜻 받아들였다. 하지만 벅찼다. 두 번 출근으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다른 날에도 계속 스트리밍으로 영어 자막 영화를 봐야 한다. 관련된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해외 영화제에 출장도 가야 한다. 영화제 두어 달 전부터는 주 2회 출근이 아니라 매일 나가기도 한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았다.
|
|
2년째 되면서 일은 많고 피로가 쌓였다.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으니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7월의 영화제가 끝나고 헬스장 등록을 했다. 과감하게 1년 6개월 회원을 끊었다. PT도 받았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몸이기에 너무 힘들었다. 이대로는 죽을 것 같아,를 반복하며 운동을 했다. 그래도 두어 달 꾸준히 다니니까 근육이란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했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살아야겠다는 본능이었다. 체력이 약하고, 극심하지는 않으나 허리 디스크가 있고, 글 쓰는 사람들 다 그렇듯 목과 어깨에 심한 통증이 있었다. 뭔가 이대로 계속 일을 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운동뿐이었다. PT 트레이너가 운동을 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근육을 키우려는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잘 놀기 위해서라고 했다.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았고, 특정 근육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안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증강, 코어 강화였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평탄하지 않다. 결심한다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고,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근육이 생기고, 조금씩 체력도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어깨, 허리, 무릎 등 곳곳이 조금씩 아프다가 좀 쉬면서 풀어주면 낫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2018년 4월, 운동을 시작한 지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허리가 삐끗했다. 꽤 심했다. 바로 홍콩 필름마트에 가야 했는데, 내내 다리를 절며 다녔다. 돌아와 통증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영화제가 시작하는 7월까지 3개월동안 주사, 도수치료, 운동치료를 받았다. 일이 가장 많은 시기라서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에는 한 5분 정도 걷다가 너무 아파서 좀 쉬어야 할 정도로 버텼다.
영화제 끝나고 침을 맞으면서 운동 강도를 조금씩 높였다. 10월에 시체스영화제를 갔는데, 언덕을 오르며 1년 전에 비하여 확실히 달라진 체력을 느꼈다. 작년에는 숨을 헐떡였지만 이제는 가뿐했다. 1년여 꾸준히 운동을 하니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운동이 최고다.
|
|
하지만 11월이 되면서 다시 허리를 삐끗했다. 역기를 들다가 허리에 이상을 느꼈다. 아주 심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침을 맞고 쉬다가 약하게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비슷한 패턴이 되었다. 몸이 좋아진 것 같아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앗, 하면서 어딘가 아프다. 허리, 어깨, 무릎 어딘가 통증이 있다. 그러면 쉬고, 서서히 운동강도를 높이고.
그렇게 3년 정도가 흘렀다. 계속 헬스장을 다녔으면 좋았겠지만 6개월 정도는 홈트로 만족해야 했다. 홈트를 할 때도 부상은 있었다. 운동 강도를 높이다가 어딘가 탈이 나고 그러면 다시 하나씩 단계를 밟는다. 운동을 한다고 완벽하게 몸이 만들어지고 이후로 보수 유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신경을 쓰면서 운동해도 부족한 부분이 생기고, 아프고를 반복한다. 아마도 평생 그럴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세상도, 인생도 다 비슷하다. 뭔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 아주 서서히 진행되고, 어딘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약한 부분, 많은 하중이 간 부분이 탈이 난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반복한다. 몸의 균형은 아주 섬세해서 일부만 강화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전체를 끌어올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맞춰 플랜을 짜야 한다. 이후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평생 운동을 할 생각이다. 완벽한 몸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원대한 목적 같은 것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체력과 몸을 항상 준비하는 것이 운동을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해야 하고, 계속 살피고 어루만져야 한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인생이 그렇듯이.
|
|
문화평론가 김봉석 👉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하드보일드는 나의 힘』,『내 안의 음란마귀』,『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
|
|
fongdang by function fongdang@iwfn.co.kr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2 02-792-2213 수신거부 Unsubscrib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