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부터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진통제도 듣지 않고 열이 계속 올라가고 머리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다. 오늘 병원에 다녀오지 않으면 남은 일정들이 모두 엉망이 되겠다는 걱정에 동네 의원에 다녀왔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이라 선생님의 실력을 무조건 믿고 방문한 병원이었는데 웬일로 선생님이 오진을 하신 건지 병원을 다녀왔는데도 고열과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냉방병 같다고 하셨는데 냉방병이 이렇게나 아픈가 싶어서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결국 이틀 정도를 꼬박 집에서 앓고 난 뒤 지역의 큰 종합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그.러.나. ‘고열’이 문제였다.
뉴스에서 익히 듣던 고열로 인해 병원에서 진료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내 얘기가 될 줄이야. 나는 병원 진료를 위해 우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실 고열과 두통이 3일째 지속 되니 나도 괜히 걱정되기 시작하긴 했다. 혹시...? 스터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마스크를 좀 벗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옮은 건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며 걱정만 키우다가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6시가 다 된 시간에 받아서인지 결과가 나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에 검사 후기를 찾아보니 24시간 안에는 나온다고 하던데 나는 하루를 훌쩍 넘기고서야 음성이라는 결과를 문자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열이 내려가 버렸다. 남편이 응급수단으로 사다 준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의 진통제와 오렌지 주스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코로나가 아닌 것에는 안심을 했지만 왜 내가 고열에 시달렸던 것인지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진짜 냉방병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머리 쪽의 질환은 끝이 난 것 같은데 오렌지주스를 너무 많이 마신 것인지 위장이 너무 아팠다. 점심 메뉴를 고르며 삶의 질이 이렇게 떨어질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 나는 하루 한 끼는 꼭 한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강제 한식에 메뉴가 한정적이라니 어쩐지 위장이 더욱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끙끙거리며 된장찌개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저녁 메뉴를 궁리하던 중(네... 제가 바로 먹으면서 다음 메뉴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위장이 계속 아파와 다시 검색창을 켜고 위궤양에 좋은 음식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어느 글에든 양배추가 빠지지 않았다. 제길... 게다가 양배추는 생으로 먹을 때 가장 큰 효과를 준다고 한다. 아픈 것 보단 생양배추 주스를 먹는 게 낫겠어! 라는 마음으로 양배추를 갈다가 냄새를 잠깐 맡아보니 아... 먹을 수 있을까? 란 고민이 들었다. 궁여지책으로 냉장고에 있던 유자청을 때려 박은 것인데 이게 웬일! 정말 먹을 만한 양배추 스무디가 만들어졌다! 위장이 약하거나 속쓰림이 있으신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지금 두 잔째 마셨더니 속쓰림이 거의 회복 되어 다시 로제 떡볶이를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후식을 할 수 있겠단 의지가 생긴다. 그러나 양배추 스무디를 먹지 않아도 속이 쓰리지 않는 날까지 일단 참아보기로 한다. 아프면서 잃어버린 4일이 아까워 화가 올라오려고 했는데 지금 잘 관리하지 않으면 더욱 오랜 시간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음을 실감했기에. 이번엔 잃어버린 위장의 조각을 양배추 스무디로 다시 찾아내 절대 잃지 않겠다! 이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