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유의 가장 뛰어난 앨범과 곡들이 ‘제제’ 논란에서 시작해 로리타 등등 잡음들에 순식간에 묻혀 버렸다. 특히 모 출판사에서 아이유 사진을 SNS에 직접 올리며 말도 안되는 논란을 확장하고, 그 논란을 기반으로 클릭과 관심을 유도하는 ‘사이버 렉카’ 짓을 한 것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 회사의 홈페이지 대문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히트 상품으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당시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아무리 봐도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반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손해를 입더라도 타인이 입은 피해의 범위를 가늠해 그것을 회복하는 데 힘쓰는 것, 적어도 그 일로 얻은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 출판사는 아이유가 입은 광범위한 피해를 복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려 먹었다. 하루 빨리 망하기를 바랍니다.
아이유도, 설리도 아이돌이 상품의 논리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자기 주장, 생각, 크리티컬을 드러내면 온 세상이 몰려가 돌을 던진다. 사람들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명분이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서비스업과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감히’ 고민하는 아이돌의 방황을 받아줄 공간이, 이곳에는 없다. 아이유가 CHAT-SHIRE 앨범을 내고 어이없는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이돌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가 논란의 이유가 아니라, 아이돌이 자기 생각이나 주관을 입 밖에 내놓는 것 자체가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그 생각이나 주관이 서비스업으로서 아이돌을 부정하는 방향일 때는 여지없다. 아이돌이 서비스업에 의문을 품는 순간 페미니즘이니, 로리콤이니, 페도필리아니 온갖 보기 좋은, 자극적인 명분들이 동원돼 무기화(武器化) 된다. 촘촘한 검열이.
아이유는 그런 논란을 겪고 나서는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는 일을 경계한다. 넘어져 다치는 것보다는 미끄러지는 게 낫지만, 가끔 아이유를 보고 있자면 수많은 검열을 내면화한 한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걸 지켜보는 건 아이돌이든 아니든, 슬픈 일이다.
팬으로서 이런 개인적인 울분과 슬픔, 무기력함을 달래주는 책이 나왔길래 읽고 있는데, 절반 쯤 읽다가 책을 덮고 글을 쓴다. 오월의 봄이라는 출판사인데, 아주 잘 됐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