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린 고양이들이 한참 성장기에 들어섰는지 밥 주고 두어 시간이면 금방 그릇이 비어 버린다. 어려서 경계심도 없다. 멀찍이 숨어 있다가 밥을 먹으러 오는 어른 고양이들에 비하면 어린 놈들은 사료를 그릇에 채우려고 보면 벌써 근처에 와 있다. 먹성 좋은 이 놈들 때문에 사료값도 꽤 들어간다. 아침 출근길에 잔뜩 채워 놓고, 밤에 또 잔뜩 채워 놔도 모자란다.
저녁에 사료를 한 바탕 부어주고 식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멀찍이 반대편 주차장 턱에 앉아서 고양이들의 단체 식사를 구경한다. 차 밑에 숨어 있는 놈이 두 놈, 사료를 먹고 있는 놈 두 놈, 망 봐주고 있는 놈 하나. 조그마한 화단에 숨어 기다리고 있는 어린 고양이도 하나 있다.
물가가 올라서 사료값도 20%는 올랐다. 동네 고양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좀 아껴서 먹을텐데. 식사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 소설 책을 꺼내 읽으려다 말고, 사료값도 오르고, 물가도, 임대료도 다 오르는데 왜 와이 어째서 원고료는 오르는 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다못해 시내 버스비도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은 오르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요? 어떻게 원고료는 십년,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수가 있지?
이렇게 양적 완화가 전세계적인 흐름이 된 시기에도 원고료는 요지부동이다. 누가 원고료를 중간에서 대량으로 횡령하거나, 특별히 세금을 많이 걷는 것도 아닌데 맨날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러니 에디터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가 너무나 힘들고, 동기부여하기도 쉽지 않고, 누구한테 에디터가 되면 참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 같이 가난뱅이가 되자고 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이제 시장에서 긴 글, 롱 폼 콘텐츠를 다룰 수 있는 에디터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원고료를 묶어 두고, SNS의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마케팅에 자원을 다 소진한 결과다. 점점 더 씨가 마르고 있다. 이건 뭐 나라에서 에디터만 골라 사회적으로 중성화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젊은 에디터도 없고, 늙은 에디터들도 다 은퇴했다. 멸망했다. 다 집에 갔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고 나서야 겨우 생각의 폭주가 잦아들었다. 나의 생각들은 정숙한 세단이나 든든한 트럭 따위가 아니라 12기통 스포츠카다. 물론 뭐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직업은 대부분 스포츠카처럼 멋진 상상력을 갖고 있지만, 역시 스포츠카처럼 연비가 나쁘다. 기름은 많이 먹고 멀리 가지는 못하니까. 에너지는 많이 쏟아야 하는데, 생산량은 적으니까.
아마 효율이 대세인 이 세계에서 원고료가 낮은 이유는 효율의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것이구나,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접었던 책을 펼쳐서 다시 읽는다.
고양이들은 아직도 줄을 서 있다. 고양이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카차토를 쫓아서’를 읽는다. 주구장창 전쟁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 팀 오브라이언의 책이다.
“고폭탄은 줄줄 쏟아졌고, 대원들은 녹초가 될 때까지 사격을 했다. 마을은 구멍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