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안녕하세요. 일요일 오후라는 시간은 참 애매하죠?
월요일이 가깝다 보니 나들이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 안에만 있기도 아까운 시간인데요.
그런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음악입니다.
아마 들국화의 노래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조동익과 이병우가 함께한 어떤날 1집에서 뽑았습니다.
어떤날이 노래합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반갑다. 희귀한 이병우의 목소리도, 조동익이 만들어낸 평화로운 침묵도. 이 노래를 들으며 같이 떠들던 사람들은 이제 다 뿔뿔이 흩어져서 국경을 넘거나, 편의점을 하거나, 발병하거나,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도 다 자라서 꼭 세 번, 네 번씩 물어봐야 대답을 한다고. 맙소사.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행이다. 세금도 낸다. 결혼도 했다. 이번 주 일요일은 일을 미루며 산책하고, 국밥 먹고, 한바탕 게임도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일을 하면 또 금세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시간 관리를 잘 못한다. 오늘도 아마 잘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옛날 음악들을 들으니 나쁘지 않다. 어쩌면 이건 그냥 그 음악들에 묻어 있는 이런저런 기억들에 대한 반응에 가까운 것 같긴 하지만.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짙은 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작은 빗방울들이 아이들의 흥을 깨고
모이 쪼던 비둘기들 날아가 버렸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포근한 밤이 왔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 비가 왔네
- 오후만 있던 일요일 _ 어떤날 1집
역시나 일을 대략 마무리짓고 나니 월요일 아침이다. 제일 먼저 검은 머리에 푸른 꼬리를 한 물까치들이 운다. 아침이라고 떼로 날아와 전깃줄과 베란다를 오가며 운다. 1층에 놓아둔 길냥이 사료 때문이다. 몇 놈은 망을 보고 나머지는 착륙해 푸득푸득 사료를 쪼아 먹는다. 한바탕 물까치들의 식사가 끝나면 비둘기들 순서, 비둘기 식사가 끝나면 동네 고양이들한테 차례가 돌아간다.
내일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음악을 따라 소월길을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