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칼라 보노프는 유태인이다. Karla Bonoff라는 이름으로 유추해보면 저 멀리 러시아 어딘가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소위 아슈케나지라고 불리는 유태인 그룹의 후손.
폴란드, 러시아에는 아슈케나지라고 불리는 500만 가까운 유태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러시아 제국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폭동, 학살, ‘포그롬’ (Pogroms, 대 박해)을 피해 한번,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또 한번 미국으로 많은 이들이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박해의 피해자들이 이스라엘을 세운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을 세운 건 시오니스트, 유대민족주의자들인데, 이들 그룹은 역사적으로 홀로코스트 같은 유대인 박해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물론 동족인 피해자들을 아주 잘, 활용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들은 러시아, 폴란드, 독일 지역에 살던 아슈케나지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살던 세파르디 유태인들도 모두 차별하고, 그들의 문화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마디로 유태인 인증 기준이 아주 까다롭다고나 할까.
뭐 그럴 수 있다. 우리도 자이니치(在日), 재일 조선인이나 만주의 조선족, 카자흐와 우즈벡 등지로 강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 고려인들을 우리와 같은 그룹으로 생각하지 않는, 허들이 높은 민족이기에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광장으로 나온 일부 어르신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것은, 알고 보면 이렇게 다 역사적으로 끈적하고, 참 깊고 캄캄한 뜻이 있는 것이다.
한바탕 혈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음악을 들여다보니 칼라 보노프의 노래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시위대의 구호와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 드러난다.
그녀 역시 찐 유태인에게 차별당하는 잠정적인 유태인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 해도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