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마멀레이드 뚜껑을 열기 쉽게 만들면 그만큼 유통기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여전히 광대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군에 납품하던 스톡스 제품은 긴 유통기한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스톡스의 사장이었던 콘콕(James concoct: 1913.6~1978.10)씨도 만만치 않은 인물인 것이, 마멀레이드 캡핑(Capping) 강도를 약하게 만드는 대신, 뚜껑만 대신 열어주는 언캡핑(Uncapping) 인력을 궁에 파견하는 것으로 여왕과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인력비가 제품 생산 공정을 바꾸는 것보다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었겠죠?
아무튼 그래서 이 '마멀레이드 언캡핑 비서관'은 처칠 총리 재임 시절에 시작돼 이후에는 언패킹 비서관(Unpacking Secretary)이라는 공식 직함을 얻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게다가 의회와 왕실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서관 자리다 보니 특이하게 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된다네요.
여왕의 명령에도 굽히지 않은 스톡스의 고집도 여전하다. 스톡스의 마멀레이드 제품은 지금도 뚜껑을 여는데 상당한 악력이 필요한 것으로 유명해서, 이런 제품 특성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작은 기회가 된다. 나 같은 사람, 어떤 사람? 세상 별 쓸모는 없지만 이상하게 악력만 센 사람.
얼마 전에 스톡스 코리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내가 그렇게 악력이 좋다며, 스톡스 코리아의 엠버서더로 임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전에는 전 세계 각국의 스톡스 엠버서더들 가운데 가장 악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려 뽑아, 영국 왕실의 언패킹 비서관으로 추천했다고 하는데, 엘리자베스 2세가 사망한 이후에는 이 아름다운 전통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사실
다 거짓말이고요. 적양파로 만든 스톡스 레드 어니언 마멀레이드가 정말 맛있길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실과 허구가 섞에 있지만, 빵에 발라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가 머릿속에 방언처럼, 교향곡처럼 울려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증합니다.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