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프랭키가 열정적인 쟈니를 만났지만, 살벌한 도시의 풍경을 모조리 바꿔 놓지는 못했다. 여전히 도시는 냉정하고 야속하지만, 쟈니가 프랭키를 사랑해서, 프랭키가 쟈니를 받아들이면서 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들이 시작되었다. 여분의 칫솔과 남은 잠옷에 주인이 생기고,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 두게 된 것.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새벽 꽃 시장의 활기를 만끽하게 된 것. 긴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오를 수 있는 다급함을 얻은 것. 함께 듣는 라디오 채널이 생긴 것도.
프랭키와 쟈니, 영화 만큼이나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 주말이었다. 나의 위원장님이 결혼을 했다. (위원장님은 퐁당통신의 필자기도 하니까 맞춰보세요)
정확하게는 결혼을 하고 놀러 왔다. 거의 10년 넘게 누가 옆에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놀랄 일이다. 프랭키가 쟈니를 사랑한 것보다 훨씬 더.
두 사람이 오래도록 끌고 다니던 책, 옷, 동물들, 장신구, 신발을 한 공간에 저장하느라 사이가 조금 멀어지기는 했다.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하는 일은 어떤 인간에게도 손쉬운 요구가 아니다. (위워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망한 거다.) 아무튼 버려야 할 게 너무나 많지만 비가 오니까 사소한 분쟁들이 해결되었다.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는 사람이 있으니 좋기만 한 걸.
위원장님이 결혼을 했다고 놀러 왔다. 골목을 들어올 때만 해도 손을 잡고 오다가 집 앞에서 겸연쩍은 마음에 손을 놓았을 것이다. 우리 집으로 난 긴 긴 골목을 걸어올 때 조심해, 자동차가 좁은 골목을 빠져나갈 때, 쟈니가 프랭키를 잡아당기듯이 위원장님은 아내를 잡아당겨 잠시 멈춰 선다. 잠깐이지만 따뜻하고 가깝다.
아랑곳없이 바깥은 여전히 야비하고 날씨는 무심하다. 하지만 이제는 방관할 수만은 없다. 비관에 소모했던 체력을 가능한 한 낙관에 쏟아야 한다. 어색하지만 기쁘고 때로는 낯설 때도 있다. 혹 두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손쉽게 화내거나 물러서지 않으리, 다짐한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작은 용기를 보탭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