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구분하면 멋짐은 둘로 나뉜다. 멋짐의 이력에 공백이 있는 비정규, 불안정 멋짐과 쭉 멋지게 살아온 정규 멋짐. 정규 멋짐은 머랄까 공채로 뽑혀서 오래도록 몸담아온 직장인, 프로야구로 따지면 붙박이 주전 같은 느낌이다. 이들에게는 시즌 내내 1군 라인업에서 빠질 리가 없다는, 아주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정년까지 멋질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게 있다.
컨디션에 따라 병살타를 칠 때도 있고, 에러를 낼 때도 있지만, 지금 이 실수 역시 결국 멋진 시즌의 사소한 일부일 뿐이라는 확신. 이들이 가진 매력은 쉽게 동요되지 않는, 바로 그 요지부동한 자기 확신에 있다. 바람이 불면 잎사귀가 잠시 흔들리지만, 확신의 뿌리는 깊고 단단단하다. 다만 비결이 머에요? 물으면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딴 식의 틀에 박힌 대답을 해서 레퍼런스 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멋짐의 마이너리그는 사정이 다르다. 메이저리그로 콜업(call up)되기도 하고, 다시 마이너로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이력 중간 중간 공백이 있는 사람들이다.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인 멋짐. 이들은 스스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족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공급한다. 불안에 지지 않으려는 그 긴장감이 멋짐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그 팽팽한 긴장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마치 아침 일찍 창문을 활짝 연 것처럼.
반면 나도 가끔 멋지긴 한데, 그냥 계절성이다. 날씨 같은 것이다. 금새 휘발된다. 비가 온다 싶다가 진눈깨비가 날리고, 밤이 길어졌다가 짧아지고, 흐렸다가 맑다가. 지정학적으로? 멋진 경우도 있는데, 나에게 맞는 장소나 온도, 습도...를 만나면 멋져지는 일도 있다.
결론적으로 멋있는 것과 추한 것, 그런 일은 내 힘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다. 과거의 내 추함이나 잘못은 이미 돌이킬 수 없고, 아마 노력을 거듭하더라도 나는 언젠가 똑 같은 잘못을, 추함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나한테는 정규 멋짐의 자기 확신도, 불안정 멋짐의 팽팽한 긴장감도 없다.
오래 세상에 시달리다 보니 ‘간지’는 안나는데, 간신히 겨우 멋진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