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금요일에도 운동이 끝나고 피트니스 센터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청년이 막 욕을 하면서 울고 있었다. 이곳에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자기를 원하지 않고, 그래서 전부 다 XXXX(심한 욕)들인데 그러나 생각하면 이게 다 스스로가 000(심한 자기 비하)이라서 그런 거라는 내용이었다.
나름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욕을 하면 쓰나!
준엄하게 꾸짖고 순식간에 청년을 제압, 하지는 못하고 나도 괜히 시비에 휘말릴 것 같아 정류장 표지판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철기둥에 가릴 수 있는 거라고는 겨우 엉덩이 일부 정도 밖에 안되지만. 도시는 숨을 곳이 별로 없다.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한다. 주취 난동자가 있다고. 근데 조금 아까까지 인사불성이던 청년이 귀는 또 밝네? 내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야 너 뭐야?! 뭐해?! 나한테 시비를 건다. 그러게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청년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잠시 고민하다가 숨어 있는데요, 대답했다. 뭐? 숨·어·있·다·고·요.
멀찍이 물러나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들 큭큭거린다. 덩치가 동네 뒷산만 한데, 정류장 표지판 뒤에 ‘일부’를 겨우 숨긴 내가 웃겼나 보다. 사람들이 한 바탕 웃고 나니 민망했는지, 청년도 흐지부지 조용해졌다. 근데 버스가 와서 다른 사람들은 다 떠났는데,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나만 또 한참을 기다렸다. 주정뱅이는 울다가 욕하다가 잠이 들었다. 경찰이 잠든 청년을 데리고 가는 걸 보고 나니 또 막차다.
요즘 자꾸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운다. 난감하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재주가 아예 없다. 지금 꼭 그런 이야기를 해야 돼? 그게 지금 이 상황에 맞는 말이니?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어. 나가! 됐어! 야! 내가 위로를 시도하다가 대충 들었던 말들이다.
우는 일이 거의 없으니 우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는 사람들이 부럽다. 우는 사람이 더 자유로워 보인다. 울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고 여긴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울지 못하기 때문에 구불구불 왜곡되는 감정들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울지 못해서 화가 나고, 우는 대신 시비를 걸고, 라면을 먹고, 잠이 안오고, 끝없이 졸리고, 안절부절 못하고, 꼼짝도 하기 싫다.
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울어야 털고 난 다음이 있다. 환승연애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바탕 운 사람들은 새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니까요? 환승연애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