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반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를 들은 후, 꼭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시대도 변했다. 아무리 대우를 잘해준다 해도, 동물원의 동물은 결국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야생에서 새로운 동물을 잡아 오지 않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들만으로 유지한다 해도, 자연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자연 그대로의 생존이 어렵고 멸종 위기인 판다 등은 조금 다른 경우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동물원에서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착잡하다. 과거에는 동물원을 아주 좋아했다.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 강렬한 감흥을 느꼈다. 비 오는 날의 동물원을 좋아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은 후에는, 따라 하기도 했다. 좋았다. 비 오는 날에도, 해가 진 밤에도, 동물원을 구경하는 일은 색다르고 즐거웠다. 그러다가 발길을 끊었다. 인간이 가지 않아야, 동물원의 동물들이 자유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비교적 자유로운 동물들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조금 환경이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불안하고 불만스러워 보였다. 결국은 동물원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존하고, 다치거나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목적의 동물원만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여름, 북해도의 하코다테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근처의 공원을 갔는데. 꽤 유서깊은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누구였던가...어떤 위인의 동상도 있고, 조촐한 분수대도 있고, 아이들용 회전목마와 탈것들도 있었다. 작은 동물원도. 그런데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염소나 강아지 등의 작은 동물들 말고 큰 동물들은 하나도 없는 동물원이었다.
난데없이 공룡 두어마리가 있었다.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된 공룡 모형들이다. 그게 좋았다. 실제 동물 대신 사실적으로 잘 구현된 동물의 등신대 인형이 있고, VR로 동물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진다면 미래의 동물원으로 적합하지 않을까. 그걸 멀리까지 가서 봐야 할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쥬라기 공원’을 VR 테마파크로 만든다면 나는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