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들이 오래 떠돌다 나한테 와서 등록된다. 나한테 오기 전에 그것이 미움이었건, 방황이나 괴로움이었건 상관없다. 그들이 마침내 나한테 오는 이유는 하나뿐이고,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비애니 슬픔이니 하는 것은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한 바람, 감정들의 다른 이름.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할 때까지 곁을 지켜줄 일이다.
당신도 나처럼 스스로를 만나는 그 희귀한 순간 서툴고 서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순간이 아주 귀했을 거라는 생각에 들면, 모르고 지나친 그 순간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 생각하면서도, 생각을 거듭해도, 아직 이 마음은 여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생각을 멈춰 세운다. 덜컥거린다.
아마 언젠가 이 감정에도, 마음에도 이름을 붙여 배웅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마음껏 슬퍼할 것이다, 가느다랗고 나약한, 이상한 희망 사항이 지금 내가 가진 전부다. 멀리 아카시아 꽃들이 하얗게 흔들린다. 아마 정거장을 다섯 개 정도 지나면, 일만 번쯤 지나면, 어느 날 이맘 때 아카시아 구간에 들어서면, 당신도 나처럼 서툴고 서러웠을 거라고 생각이 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순간들이 아주 희귀했을 거라는 생각에 들면.
언젠가 다시 아카시아 구간에 들어서면, 그곳에 들어서기 한참 전부터. 섣부르지는 않게, 마음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