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연한 행운이 있는 법이다. 찾아오는 행운은 한껏 즐겨야 한다. 떠나기 전, 예약을 하면서 남은 방이 단 2개뿐이었다. 목요일 밤인데도 남은 방이 그것뿐이라니 의아했다. 대단히 인기가 좋은 숙소인 것일까. 하지만 호텔에 도착해 보니 평일에 운영하는 방이 그것 뿐이다. 해를 거듭하며 투숙객이 줄어들다 보니, 평일에는 최소한으로 영업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이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린 셈이 되었다. 방에 들어갔을 때는 실감을 못 했는데, 노천 온천에 가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남자는 나 혼자라 욕탕을 독차지했다. 평소에는 온천에 핸드폰을 가져갈 수 없다. 욕장에 핸드폰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큰 무례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종종 다니다 보니 가끔 멋진 온천을 혼자 이용하거나 일행만 있는 경우는 가끔 있었다. 그때는 핸드폰을 빨리 가지고 와서 잠깐 풍경이나 내부 시설을 찍고는 했다. 다른 사람이 오기 전에 핸드폰을 재빨리 가져다 놓았다. 마음이 바쁘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는 마음의 걸림이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핸드폰을 들고 온천에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껏 즐겼다. 눈으로는 온천 너머의 바다 풍경을 즐기며, 좋아하는 음악으로 귀를 즐겁게 했다. 혼자서 만끽하는 최상의 휴식이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나른한 시간을 마음껏 보냈다. 마침 비까지 내려주며 즐거움을 더했다. 다시 만나기 힘든 호사를, 뜻밖의 행운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가 온천 호텔에서 최상의 경험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주말과 휴일 등에는 10개 넘는 객실을 운영하지만 평일에 여는 객실은 단 두 개다. 평일에 일하는 스탭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서비스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은 2개라고 결정했다고 한다. 손님을 더 많이 받으면 돈은 벌겠지만, 그만큼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마음이 너무 좋고, 감동적이었다. 지난밤, 우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다음 예약을 할 때 전화를 하면 방 1, 2개는 더 열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나의 팀이라면 인원이 조금 많아도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홀로 노천온천을 독차지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맞아준 그들의 호의에 마지막까지 즐겁고, 벅찬 사쿠라지마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