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누구라도 무슨 일이라도 나한테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의 소중한 딸 아이라 할지라도, 설사 얼마 전 자신의 모친과 아버지가 별거하기로 했다고 할지라도, 나한테 소리칠 권리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아니니까.
내 잘못이 아닌 일 때문에 비난받는 일에도 나는 지쳤다. 사실 오늘은 내 친구 주황이가 가진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 말할 참이었는데,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 칼럼에 주황이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말해야겠다.
다음 칼럼에는 주황이의 별거 이야기나, 성실하지만 예민한 중학생 딸 아이나, 축구 이야기 따위는 쓰지 않을 것이다. 괜히 나에 대한 이야기도 곁다리로 끼워 넣지 않을 것이다. 주황이랑 같이 한 겨울에 낚시를 갔던 이야기. 꽁꽁 언 얼음을 깨고 산천어를 잡은 일, 그걸 튀김 옷을 입혀서 먹고, 라면에 넣어서 먹은 일 같은 건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는 경품에 족족 당첨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주황이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만 집중할 것이다. 이를테면 라디오 프로그램 한정이기는 한데, 언제든 응모하면 당첨된다는 사실이나, 그래서 주황이의 집에 있는 몇 가지 물건을 빼고는 모두 경품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라는 이야기 따위 말이다.
실제로 TV, 드라이어, 김치 냉장고, 휴대폰,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텀블러, 에코백, 새호리기 모양의 병따개, 스팸이며 참치며, 블루베리 주스 같은 아무튼 온갖 경품이 그의 집에는 다 있다. 물건이 하도 많아서 요즘은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만 응모해서, 받은 상품권을 중고 거래로 팔아 현금화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