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9월이 되었으니 산책을 하자. 사무실에서 출발해 정다운 그랜드 하야트를 지나 소월길로 접어든다. 귀뚜라미가 운다. 날이 아직 덥지만, 남산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적어도 그 낙차만큼 서늘하다. 풀냄새는 짙다 못해 비리다. 산책이 끝나면 글을 쓸 것이다. 그렇게 예정돼 있다는 걸 알 것 같다. 알겠다.
낫 마이 폴트. 유튜브 뮤직에 저장되어 있는 나의 플레이리스트 가운데 하나인데, 그래도 한 구석 나를 위한 길고 아름다운 변명도 필요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플레이리스트는 대부분 조용히 읊조리는 연주 곡들로 채워져 있다. 거의 대부분이 나의 잘못이지만, 희귀한 어떤 일들은 나의 잘못이 아니고, 조금 더 나아가 경청할 만한 이야기도 있다. 좀 집중해서 들어야 하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한남동에서 리움 미술관을 지나는 오르막길로, 하야트를 지나 소월길로, 산책로는 사실 조용한 곳은 아니다. 관광객들이며, 쇼퍼, 클러버로 북적댄다. 차들이 밀리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높다. 전에는 그래서 조약돌처럼 생긴 무선 이어폰을 늘 노이즈 캔슬링으로 해 두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노이즈를 켜둔다. 음악을 함께 듣는다. 그게 더 정답다. 가끔 내가 하는 일이, 글이 세상에 그저 노이즈를 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을 때부터, 내가 하는 말들이 사람들에게 그저 쓸 데 없는 사족이 아닌가, 길고 불필요한 주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심코 나를 찾아왔을 때부터.
어쩌면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정작 들어야 하는 메시지들을 지우는 데 활용되는 소음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을 때부터, 나를 위해서라도 소음과 음악을, 메시지와 낙서를 굳이 분별 짓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뒤부터는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