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아델을 국내에 소개할 때 그걸 곁에서 목격했던 3과 1/2 명의 대중 음악 종사자들 가운데 1명은 죽고, 나머지 하고는 관계가 틀어져서 야 이 새끼야 쪼잔한 새끼야, 싸우다 말고 어깨가 빠져서 잠시만, 팔 빠졌다, 잠시만. 그때는 자주 팔이 빠져서, 야, 웃냐? 웃기냐? 이리 와서 좀 매달려봐.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에서 매미처럼 사람을 매달고 좀 기다리면 어긋나 있던 어깨 관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럴 때는 1과 1/2이 제일 요긴하다. 체중이 보통 사람의 1.5배라서 별명이 1과 1/2인데, 팔 빠졌을 때 매다는 용도로 쓴다. 외국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인데, 나의 습관성 탈골을 응급 처치하는 데 써먹는 것 외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그날은 갑자기, 나보다 조금 덜 가난하고, 조금 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미웠다. 조금 더 구체적이지만, 덜 아름다운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궁색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꽤 요긴하게 썼는데, 아무래도 갚을 수가 없고 또 빌려야 할 상황이 되니까 부아가 치밀어서 그랬다.
그러나 나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고, 왜 사람들은 저렇게 한가한가, 음악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토록 사무치는가, 돈도 없는데 나는 왜 남들이 잘 듣지도 않는 음악이나 끝도 없이 탐하고 자빠졌는가, 가시처럼 돋아나는 질문들만 무성하게 길러냈다. 가시 돋친 선인장만 열심히 자라는 걸 보니 나는 사막이구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2005 천하 제일 리스너 대회가 열리고, 내가 대상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트로피를 바닥에 내던지고 단호하게 수상을 거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라! 이 한가하고 잔인한 서울이여! 외치겠다, 마음먹었지만 2005 천하 제일 리스너 대회 같은 건 열릴 기미가 없고, 괜히 몇몇 친한 친구들에게 화를 내는 것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