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깨끗하게 빛난다. 붓질을 한 것처럼 물자국이 남았다가 조금씩 사라진다. 막대 걸레는 한 번에 닦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마음 먹은 구간을 채우면 아주머니는 더러워진 밀대를 들고 다시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아 물기를 짜서 돌아온다.
보통은 세 번 정도 반복된다. 그 동안 나는 회사 소파에 일어나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 나도 그냥 이 소파나, 사무실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요.
막대 걸레가 넓은 사무실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나면 이제야 비로소 세상이 모두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만 같다. 치솟았던 앤트로피가 다시 0에 수렴한다.
그녀가 일을 끝내고 나면 나는 사무실 냉장고에서 요거트 음료를 하나 빼서 건넨다. 술 먹고 회사 도서관으로 자러 갈 때 편의점에 들러 사 놓은 것이다. 6개들이 번들인데 하나는 내가 먹고, 나머지는 아주머니를 준다. 아주머니는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주차장 관리 아저씨, 나머지는 정문을 오가는 장승 같은 경비 스태프에게 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안내 데스크를 보고 있는 여자 아이들에게는 주지 않는다. 미움 받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막대 걸레를 밀고 있으면 세상이 순식간에 무사하고 평안하다. 그녀는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처럼 정성스럽고, 이곳은 신성한 사원 같다. 나도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서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야겠다. 걸레질도 해야겠다. 입지 않은 옷가지들을 정리해야지.
그녀를 따라서 언젠가부터 나도 걸레질을 좋아하게 되었다. 걸레를 잡는 일이나, 잘 마른 빨래를 정해진 약속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접어서 정리하는 일, 뻣뻣하게 마른 옷가지를 접어서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 따위.
걸레를 잡고 있으면 세상 긴급하고 중요한 일들도 잠잠해져서 차례를 기다린다. 미움이나 원망, 사랑 같은 것들도. 일단 깨끗하게 닦아내는 일이 그 모든 것에 언제나, 우선한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