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느라, 혹은 전 직장과 법적 다툼을 벌이느라, 아이돌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다가 빠뜨린 멤버가 없는지 문득 체크하느라 바쁜, 각자의 사정을 감안해 매주 시간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이 냉소적이고 야박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어디를 긁혔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면역력이 평균치 아래로 떨어져도 기타를 둘러 매고 먼 길을 거슬러 온다. 김은희 기타 초급반이 특별히 다이내믹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균에서 멀지 않다면, 사람들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삶을 끌고 다니는 것 같다. 이 가혹한 도시에서 매주 멀쩡한 멤버들에게 나는 기꺼이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매주 만나기야 하지만, 쉽게 거들거나 예단하기도 어렵고 마음을 헤아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잘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긴 하다만. 기타줄을 튕기고 조율하면서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성실하게 받아 적는 것이 미덕이라는 걸 배운다.
연초에는 다 같이 가볍게 한 해 사주를 봤는데, 뭔가 탄핵당하는 기분이었다. 올 한 해는 누구도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으니 다들 조심하라는 결과. 아무려나. 기타를 만지고 있으면 멍하니 봄이 오고 꽃 봉오리가 프라이팬의 팝콘처럼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몽글몽글한 소리가 들린다. 기타를 매만지고 있으면, 그런 순간들이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별 수 없이 인정하게 된다.
세상이 다 내 마음대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세상의 어떤 소음과 악다구니도 가느다란 기타 소리가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만은 영원히 내 것이다. 아우성을 치지만, 가만 들어보면 삶이라는 게 언제나 기타 줄보다는 헐겁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걸 정밀하게 조율할 수 있다면 기타를 굳이 왜 배우겠는가.
야박하기로 따지면 1, 2위를 다툴 법한 이 도시에서 이 수업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김은희 기타 교습반이 아마도 당분간 나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꽃이 피니까 여기저기 아프다. 이상하네.
주차장 완비, 주1회 대면 맞춤 강의, 수준 별 맞춤 교육!
김은희 기타 문하생을 모집합니다. (메일로 문의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