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물으면 대부분은 입을 닫거나, 혼잣말이라고 변명을 한다. 사과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러나 아무튼 택시 기사들과는 도통 친해질 수가 없고, 친해질 생각도 없어서 택시를 타면 대충 싸우지 머, 하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택시를 타면 트집 잡을 것들이 눈에 잘 보이니까.
냄새가 나서, 말투가 퉁명스러워서, 부주의해서, 운전이 거칠어서, 날이 더워서, 말이 많아서, 느려서, 빨라서, 길을 몰라서, 너무 아는 척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웬만하면 화를 낼 수도 있겠다, 각오를 하는 편인데 언제부턴가 그런 일이 드물어졌다. 나의 투지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뭔가 무엇인가 내가 모르는 변곡점을 지난 것 같다.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쓸모없는 가게들의 쓸 데 없는 브레이크 타임과, 더 이상 새벽 영업을 하지 않는 해장국집과 1인 손님은 더 이상 받지 않는 순대국집과 그 모든 화나는 것들의 근원인 아브라함의 자손들과, 그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화해할 생각이 없는데, 유독 오로지 택시 운전사들과는 나도 모르게 큰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 이유를 모르겠다.
마음에 드디어 다툼이 들어설 자리가 없고, 넉넉하고 탁 트인 도(道)에 이른 것인가?! 그럴 리가, 아니죠?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나는 왜 세상의 택시들과 마침내 화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가만히 곰곰이 택시를 탈 때마다 구석구석 살핀다. 불친절도, 냄새도, 운전 습관도 엉망인데, 딱 하나 변한 것이 있다. 음악이다. 언젠가부터 택시에서 내가 즐겨 듣는 음악들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택시 기사들이 택시 진상인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클라우드에 올려서 모두들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리가.
아, 어느덧 내 동년배들의 나이가 무르익어 택시를 모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덕분에 택시 기사들의 플레이리스트와 나의 음악 사이에 싱크로율이 높아진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며, 베트남전이며, 고엽제 전우회, 에이전트 오렌지까지 깊이 고찰한 끝에 나온,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연민 때문이 아니었다.
오늘은 택시를 타니까 김현식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랑과 평화다, 이문세다, 오, 이재민이다. 이재민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