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조종사였던 버즈 알드린(Buzz Aldrin)의 손목 위에서, 머나먼, 캄캄한 달의 뒷면에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적인 모뉴먼트처럼,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빛나고 있었다.
오메가 시계를 살 만한 돈은 없고, 카탈로그만 받아왔던 기억이 난다. 제품에 대한 기능적인 설명이나 자랑에 치우치는 법 없이, 오로지 시계에 담긴 의미와 역사를, 헤리티지를 서술한 정제된 글이 무척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카탈로그로부터 시작된 원체험 탓인지, 불행한 문학도들과 달리,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사연 많은 사람의 이야기보다 엄격하고 정제된 물건들의 내러티브를 더 좋아했다. 인도에서 태어나 나에게 도착한 볼펜의 긴 여정이나, 프랑스의 등산화 회사에서 독립한 한 디자이너가 당대의 아이템이 된 어느 신발 회사를 만들기까지 겪어야 했던 배신과 야합의 흥미진진한 뒷 이야기들.
사람의 이야기는 주관과 감정, 관계와 알력이 끼어들어 서사가 제멋대로 뒤틀리는 반면, 물건의 이야기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객관성이 담보된 내러티브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사실을 두고 여러가지 설왕설래가 오가고, 사실과 망상이 뒤섞여서 원본이 훼손되기 일쑤였지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잡음과 상관없이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달을 방문하고, 그 모든 순간에 인류와 함께 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돌아온 알드린, 암스트롱은 나중에는 동치미나 세바퀴 비슷한 TV 프로그램 같은 데 초대되어 이런 저런 인생에 대한 조언도 남기고, 자신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곤 했는데, 나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몇 사람의 개인적 사정과 이해 관계로 인해 아우라가 훼손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차라리 달을 여섯 차례나 방문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그러자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NASA와 그 모든 우주 비행사들이 수차례에 걸쳐 달을 방문한 결과 인류에게 남겨진 것은 광활한 우주를 향한 도전정신이나 미지의 행성에 대한 탐구 정신이 아니다. 아름다운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홀로 남아 광대한 우주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도전을 박제하고, 헤리티지가 담긴 순간 순간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이 글에는 유료 광고나 PPL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