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부동산업자는 더튼 목장 옆에 리조트와 카지노를 지으려 한다. 뉴욕의 금융회사는 거대한 뉴타운을 조성하고 비행장까지 만들려 한다. 이른바 개발, 좋은 말로 하면 발전이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더튼 가문에게도 나쁠 것은 없다. 리조트를 짓거나 도시를 만들면, 인근의 땅값도 올라간다. 금융회사는 더튼에게 땅값으로 수십억달러를 제안한다. 더튼 가문의 모두,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평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돈이다. 발전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금융회사는 말한다. 수천의 일자리가 생기고, 들어오는 세금이 늘어나니 몬타나주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하는 존 더튼은 그들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엄청난 돈을 벌겠지만, 존에게 중요한 것은 거대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모든 생물이다. 4대가 자연과 함께 살아왔고, 자신도 그럴 생각이다. 아마도 자식들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존 더튼이 죽으면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땅을 팔아야 하고, 누군가 목장을 유지하더라도 크기가 작아지고 다른 방향으로 경영해야 한다. 더튼 목장이 유지해 온 목축 방식은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않다.
서부극을 싫어하는 편이라, <옐로우스톤>이 좋다는 말을 듣고도 5시즌이 될 때까지 안 보고 있었다. 결국 보기 시작하자 내리 5시즌까지 달렸다. 크리에이터인 테일러 쉐리단이 만든 시리즈 <털사 킹>과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까지 다 봤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시나리오를 쓰고, <윈드 리버>를 연출한 테일러 쉐리단은 이미 좋아하고 있었다. 비정하고 거칠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지만 끝내 인간을 놓지 않는 쉐리단의 시선을 좋아한다.
<옐로우스톤>을 보면서, 다 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가치’의 문제. 개발을 통해서 막대한 돈을 쥐는 것과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 둘 중 무엇에 더 높은 가치를 둘 것인가. 나는 평생 도시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생각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것은 전혀 취향이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 변한 것은, 가까운 곳에 산이나 바다가 있는 도시가 좋다는 것 정도다. 혹은 고즈넉한 느낌이 드는 소도시.
<옐로우스톤>은 단순하게 자연이 좋다거나 도시가 좋다거나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엘로우스톤>이 시즌을 거듭하며 말하는 것은, 인간이, 문명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 것인가, 였다. 물론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금융자본이고, 이미 막대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돈이 목표일 것이다. 막대한 부의 대가는 자연을 파괴하는 발전이고, 지구온난화의 가속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논리나 이야기를 싫어한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필수적이지만, 더 많은 돈을 원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허용된다고 믿는 세태가 점점 현실을 가혹하게 만들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존 더튼처럼 목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풍족하게 쓸 돈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나는 개인의 윤리를 지키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 자연인 말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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