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유로, 굳이 영화제까지 가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일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영화제는 단지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게 만들어주는 장소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경험이 현실의 경험을 대체하거나 넘어서는 것이 보통의 일로 변해버린 지금도,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무엇이 낫다, 가 아니다. 다른 경험이고, 다른 각성이다.
중국 여성과 일본 남성 부부가 공동으로 감독한 <돌로 막힌 벽>이라는 영화를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중국의 20대 초반 여성이 덜컥 임신을 하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1자녀 정책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고, 아이를 사고파는 암시장도 존재한다. 임신은 여와 남의 공동 책임인데, 여성 혼자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도 불합리하다. 진지하고 우울한 영화다. 그런데 묘했다.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가 병원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벌어지는 일이 후반의 사건이다.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고 답답한데도, 어딘가 생동감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데도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암담한 상황의 그녀를 계속 지켜보는데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감독의 말에서 이유를 찾았다. <돌로 막힌 벽>은 10개월간 촬영을 했다. 배우가 실제 임신하지 않았지만, 10개월이라는 시간을 실제로 경험하고 주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선택이다. 주인공의 부모 역할을 연기한 배우는 여성 감독의 실제 부모님이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10개월간 촬영을 하다가, 장모는 진짜 다단계 상술에 빠져들었다. 모임에 참석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결국 물건을 사왔다고 한다. 활기찬 모습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현실의 변화를 영화에 담기로 했다. 주인공의 엄마가 다단계에 빠진 상황을 정말 카메라에 담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다. 리얼함의 정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사실주의가 아니라 영화 속의 캐릭터에게 영향을 끼치고, 관객에게 전해지는 생생한 사실감.
그렇구나, 감탄했다. 의문이 풀렸고 또 하나를 배웠다. 대단한 깨달음은 아니지만 사소한 각성들이 나는 즐겁다. 이래서 무언가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나른하게 누워만 있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늘 일어나서 어딘가로 가게 된다. 온라인으로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소소한 현실의 우연한 만남 역시 언제나 흥미롭다.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어제 관객과의 대화 3개를 진행하고 탈진해서 호텔에 돌아온 후에는, 아 그만하고 싶다, 생각도 했지만, 다음날인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기는 너무나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간은 원래 간사한 존재다. 조금은 간사해도 좋다. 좋은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