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대략 아미달라-아나킨 스캔들에 대한 젊은 제다이들의 중론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다이의 적은 다크 포쓰가 아니고,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싶긴 하다만.
같이 지내보니 제다이들은 오랜 합숙 생활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사회적 감수성이 좀 부족하다. 갤럭시 조도 마찬가지. 그의 세컨드 잡은 디자이너고, 브랜딩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좀 문제가 있다. 지난 여름 모 백화점 관련된 브랜딩 일을 하면서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일을 도와주고 있던 어시스턴트가 종결 어미 맞춤법이 틀렸다고, 이 간단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면서, 사흘 내내 그녀를 추궁하는 장면을 나는 봤다.
새벽 2시였는데, 맞춤법이 틀렸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자 그의 어시스턴트가 고용노동부랑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클릭하는 것을, 나는 봤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옥에서 온 아트 디렉터, 용서받지 못할 워커홀릭, 예비역 제다이 ‘갤럭시 조’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뒤지고 있었다. 하.하.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도무지 지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매일 찬 물로 샤워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상당한 포쓰가 함께 하는 것은 분명하다. 상대하고 있는 디자인이나 브랜딩 관련 클라이언트도 만만한 곳이 없다. 프로젝트 난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연거푸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으면 제다이로서 포쓰는 약해졌지만,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는, 정직한 세계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한 만큼, 땀 흘린 만큼, 참아낸 만큼, 노력해온 만큼,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결과를 되돌려주는 세계. 정직한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는 세계가 아직 여전히 기능한다는 믿음.
낡은 방충망처럼 숭숭 구멍이 뚫려 온갖 날벌레가 드나드는 내 영혼은 그의 은하계에 편입될 수 없을 것 같지만, 누군가 여전히 정직하고 정의로운 우주의 질서를 믿고 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가 된다.
정직함이 지나쳐서 때로 답답해 보이고, 광선검도 출력이 약해서 무슨 경광봉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갤럭시 조가 지금까지 걸어온 좌충우돌과 앞으로의 긴 여정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