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토마토 주스는 2년 전 동물병원에서 받은 것이다. 꽁이의 호흡이 평소와는 다름을 눈치 챘을 때. 데리고 나갈 수 없는 사정을 알고 있던 동물 병원에 전화로 설명한 뒤 영상 진료를 보고, 받아왔던 약으로 잠시 나아진 순간이 있었다. 그때 너무 감사한 마음에 동물 병원에 마카롱 선물을 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그냥 받기 미안하시다고 주셨던 것이 저 토마토 주스다.
잠시 나아졌다고 느꼈던 것은 6월 초였고 우리 꽁이는 바로 다음 달인 7월에 15년의 지구 여행을 마쳤다. 저 토마토 주스를 볼 때마다 꽁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내가 했던 선택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꾸 되짚어본다. 그리고 나의 선택들에 대한 점검은 더 과거로, 과거로 돌아간다. 그때, 만약에. 그랬더라면, 안 그랬더라면...
MBTI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를 할 때마다 몽상가적 기질이 있다는 부분을 보면 어ᄍᅠᆯ 수 없이 수긍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기질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비슷한 속성으로 나는 사물들에 의미나 추억을 덧입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무엇이든 오래 쓰거나 옆에 두면 사물에조차 정이 들어버린다. 이 옷은 내가 25살 때 동생과 처음으로 상해로 해외여행을 갈 때 입었던 블라우스라 버릴 수 없어, 라거나 이 가방은 남편과 연애 시절 처음 데이트를 할 때 남편이 인디언 같다고 놀렸던 가방이지... 하며 버리지 못한다. 운동화 박스에도 비슷한 이유를 붙여 모아뒀었는데 운동화 박스는 조금씩 버리는 중이다. (대신 사진으로 남겨둔다)
나는 10년째 같은 차를 타고 있다. 가끔 크게 고장 나 돈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어 주변에서 차를 얼른 바꾸라고 말한다. 나도 속으로 돈 먹는 하마라고 욕한다. 또 주행 중 멈춘 적도 있어서... 몇 번은 차를 바꾸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와 함께 갔던 곳들이 떠오른다. 죽전에 있는 대학원까지 편하게 왔다 갔다 했던 일이나, 파주에서 늦은 군복무를 한 동생에게 면회 갔던 일. 평택-전주 장거리 연애 때 막차 걱정 없이 데이트를 하게 해줬던 일과 할머니를 교회에 모셔다 드렸던 일 같은 것들이 차에 탈 때마다는 아니지만 차 안에 있을 때 문득 떠오르곤 하기에. 아직 괜찮다, 여긴다.
무엇에게 괜찮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게 괜찮다, 괜찮다. 쓰다듬듯 발음하다보면 어떤 주문처럼 진짜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