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생일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남편에게 챙김을 받고 싶은데 남편은 생일은 그냥 생일이지 뭐, 하는 스타일이다. 아! 이렇게 무미건조할 수가... 연애 초에는 이렇게 맞지 않는 점들 때문에 오해하고, 서운해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나는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며 들뜨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나의 들뜸에 남편이 공감해주지 않으면 아...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인 것인가, 공감 받고 싶고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바보 같은 마음이 된다. 어느 날은 우리는 정말 천생연분이야 하다가도 어떤 날은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야...라며 슬픔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극단을 오가는 마음 덕분에 일상들이 바쁘고 즐겁게 지나가는 것이겠지? 라고 믿어 본다.
남편과 나의 다른 점을 찾다 보면 정말 끝이 없어서 서로 다른 점에 골몰하기보다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카페에서 함께 책을 읽고 싶은데 남편은 독서를 그리 선호하지 않고 남편은 오프로드라고 하는 문화를 즐기고 싶은데 나는 비포장 도로를 굳이 찾아가는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둘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캠핑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고즈넉한 자연 안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따뜻한 불볕, 타닥 타닥 타 들어가는 소리와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나는 소설을 읽고 남편은 드라마나 웹툰을 보는 시간. 생각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아 얼른 실행에 옮겼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캠핑이 재밌게 느껴질지 알 수가 없어서 우선 되는대로 가성비를 생각하며 캠핑 용품을 마련했다. 그렇게 떠났던 첫 캠핑은 8월의 군산 선유도 오토 캠핑장이었다. 여름이니까 해수욕장에서 수영도 하고 싶고 파도 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서 선택했던 곳이다. 우리는 데크가 있는 자리를 빌렸는데 오토 캠핑장에 사람도 많지 않고 옆 자리와 거리도 꽤 멀어서 즐겁게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런. 데. 오토캠핑장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이유를... 우리는 밤이 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숯불에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는데 여름치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숯불에 불을 붙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약간 수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바닷가라 바람이 강하다고 여기며 삼겹살에 집중했다. 일부러 최상의 맛을 즐기기 위해 점심은 간단하게 먹었고 해수욕을 신나게 즐긴 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고 온 참이었다. 얼른, 얼른 고기가 익어야해! 라며 남편을 닦달하던 순간. 우리의 테이블이 뒤집어졌다. 단 한점의 고기도 먹지 못했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낼 틈도 찾지 못했던 그때 파라솔이 미친 듯이 옆 텐트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옆 캠퍼에게 민폐가 될 순 없단 마음으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옆 자리에는 어린 자녀 둘로 구성 된 4인 가족이 캠핑 중이었는데 그들은 텐트는 치지 않고 그늘막만 쳐둔 상태였다.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파라솔을 챙겨 돌아서는데, 두 부부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뭔가 말해주고 싶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것을 보는듯한 표정. 삼겹살이 모두 쏟아지고 바비큐 파티가 끝난 것이 충분히 불쌍해 보일 수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내가 자리로 돌아오자 그 가족들은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 왜 안 자고 집에 갈까? 라는 호기심이 들었었는데 이 궁금증은 우리가 자기 위해 누웠을 때 해소되었다.
우리가 누름돌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텐트는 날아갔을 것이다. 너무 이상해서 네이버로 날씨를 확인하니 태풍이 오고 있다고 했다.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강한 바람이 불었고, 우리 텐트 바깥의 다양한 짐들이 회오리 바람 안에서 날고 있었다.
여보 우리 여기서 잘 수 있을까...?
일단 자 보다 안 될 것 같으면 차에서 자자...
이 캠핑장을 고른 것은 나였는데 왠지 다 내 잘못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던 그 때. 모기떼 소리가 들렸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의 모기가 우리 텐트 안에 가득했다. 온 몸을 모기에 뜯기면서도 어떤 오기로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던 그때. 툭, 투 둑, 하며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빗방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로 산 텐트... 새로 산 캠핑 의자... 새로 산 그릴... 짐을 대충 정리해두고 우리는 남편의 차 안으로 피신했다. 이날 바닷가의 모기는 정말 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주제에 왜 그리 탐욕스러운지... 아무튼 첫 캠핑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 이후 우리는 분기별로 캠핑을 즐기고 있다. 한여름은 피하고 날씨를 잘 챙기며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점에 행복이라는 방점을 찍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