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순대국밥 옆집도 옆집의 뒷집도, 한 집 건너 그 뒷집도 최근에 모두 팔렸다. 허물었다. 땅을 파고 다지면서 터를 잡고 있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가림막을 쳐놓고 쉬고 있다. 조금 긴 산책 끝에 순대국밥 집에 도착하면 나는 전자담배를 꺼내 피운다. 언젠가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 놓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참 괜찮아서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자담배 기기를 선물하고, 나도 그때부터 쭈욱 전자담배를 피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전자담배를 조금 피우다가 잎담배로 돌아갔고, 어떤 이는 아예 담배를 끊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두 번은 기분 좋게 만났지만, 요즘은 간간히 근황만 전하는 수준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꾸준히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 잊어버린 것인지, 원래부터도 사람들에게 데면데면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순대국밥 집에 들어서자마자 국밥을 하나 시키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이 집에 도착하면 나는 먼저 찬으로 나오는 생양파를 된장에 찍어서 먹는다. 세상 모든 양파를 싫어하지만, 이 집에서 내주는 양파는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주인 아저씨한테 이 사실을 꼭 말해주고 싶지만, 주책일 것 같아서 말을 아낀다.
이 집 양파는 꼭 갓 태어난 아기 궁둥이처럼 아삭아삭하다. 맛있다. 순대국밥에 부추를 넣고, 새우젓 조금, 다대기 작은 스푼을 하나 넣고, 밥을 말아서 먼저 국물을 맛본다. 오래 끓여서 잡내도 없고 요즘 음식답지 않게 이런저런 양념의 맛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순대국밥을 먹기 시작하면 세상의 온갖 잡음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와 순대국밥만 남는다.
국밥 집을 둘러싼 이런저런 낡은 주택들이 새 주인을 만나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쩌면 조만간 이 집의 순대국밥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더 배가 고프다. 좀 더 맛있다. 땅값이 더 올라서 나도 앞집, 뒷집처럼 좋은 값에 팔았으면 좋겠다, 좋겠지만 이 이상 땅값이 오르면 이 순대국밥 집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허겁지겁 입맛이 돈다. 나의 식욕은, 입맛은 땅값이며 임대료와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연동되어 있다.
순대국밥 집만 쏙 빼고, 동네 땅값이 열 배쯤 올랐으면 좋겠다. 주말이면 나는 나의 혼탁한 영혼에 맑은 국물을 들이부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