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습관을 오랜 시간에 걸쳐 고쳐 나가고 있는데, 오늘 굳이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나의 잘못된 소통의 결과가 아니고, 급발진의 산물도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고 싶어서다. 특히 지금부터 어떤 서점을 사례로 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 절대로 한두 서점을 특정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그 중에서도 작고 조용하지만 훌륭하다고 소문난, **타운 오거리 근방에 자리잡고 있는 ㄱ0ㅅ0을 겨냥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나는 그 독립서점이 싫다. 영업시간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영업시간을 맘대로 어길 때마다 변명만 풍성해서 싫다. 약속된 영업 시간에 맞춰 세 번을 찾아갔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또 무슨 개인 사정이 생겼다고 SNS에 고지하고는 서점을 찾아온 고객의 수고와 그 수고에 들인 시간을 책임지지 않는 적적하고 적막하지만 무책임한 서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SNS를 굳이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도대체 오늘 '왜 때문에' 서점이 제때 문을 열지 않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두 번 허탕을 치고 약간 오기가 생겨 사흘을 내리 방문했는데, 세번째 방문한 날에는 겨우 문을 연 서점 주인이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랑 도란도란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서점에서 떡볶음을 나눠 먹으면서 오늘도 역시나 영업을 안한다는 말을 듣고는 급발진할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사람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미워 보이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이 미운 것이다.
그 뒤로 서점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저주를 퍼붓는다. 몹시 비빔밥이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켰는데 고추장이 빠져 있다거나, 뒤늦게 출근하고 나니 양말이 짝짝이라거나, 아무튼 저주인지 눈치챌 수 없는 사소한 불행이 연속되기를.
하지만 그 정도다. 거기까지다.
내가 겪은 불편을 서점에 되돌려준다고 해도 사소한 불행 이상의 큰 타격을 받을 만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동네 서점으로 여러 사람들에게(나 빼고) 좋은 기억들을 나눠주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동네 가게들의 사정에 비하면, 나의 불편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부지런히 이런저런 장식들을 바꿔가며 골목의 풍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상점 창문들, 쉽게 낡아서 여닫을 때마다 칭얼거리는 문 소리, 계절과 날씨처럼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만드는 가게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임대료는 오르고, 코로나는 끝날 줄 모른다. 코로나는 이제 사람의 신체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라기보다, 작은 가게들처럼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곳을 골라 타격하는, 사회적 질병이다.
모쪼록 이런저런 참견이 많은 동네 가게들도, 조용하지만 변명이 많은 서점도 모두 이 어려움을 잘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