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문제가 무엇인지 사실 알고 있다. 나는 작년 겨울부터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작년 겨울부터 썼던 것들은 모두 자료 정리에 불과했고 본격적으로 논문이 쓰여진 것은 올 6월에 들어서이다. 논리적인 글과 문학적인 글을 동시에 쓰는 것은 어려워, 거의 안 써진다고 봐야지... 라는 스승님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 무시했었는데...막상 내 일이 되고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정말. 잘 써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박사 논문을 쓰겠다고 말로만 떠들고 다닌 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 여기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논문과 관계없는 시간을 보내면 어쩐지 불안해지고 짜증이 풀로 차버린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늘 드는 생각이 박사도 박사지만,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 이때의 ‘사람’은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최근 우선되는 의미는 자신의 짜증이나 화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 사람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거나 짜증이 곧 폭발하기 직전일 때 나는 늘 이 생각을 한다. 안 돼! 그만! 이것은 너의 화, 너의 짜증이야! 티내지 마!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나누어주지 마! ... 다짐은 다짐일 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동생에게 하소연을 하며- 벌컥 벌컥 화가 올라와 난폭 운전을 한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할 때 갑자기 우회전으로 튀어나오는 차가 있다면 슬쩍 천천히 가며 속으로 생각한다. 받아라 받아! 지금 받으면 너가 80 나온다!(과실 비율이. 나는 사실 한문철 티비 애청자다)
그러면 나는 한방병원에 입원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논문과 기타 등등의 글들이 잘 써지지 않고 늦어지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댈 수 있겠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논문을 쓰러 가야겠다. 이번 여름에는 꼭 끝내고 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