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랑 일주일에 한 번, 50분 하는데 이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이 말을 선생님과 같이 농구하는 동료들에게 했다가 비웃음 가득 섞인 웃음거리만 되긴 했는데, ‘전 궁서체입니다’라고 말할 힘도 없어 그냥 웃고 말았다. 내 딴에는 이리도 힘이 들고 정말 어쩌다가 시작한 농구라 오두방정떨면서 너무 좋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농구 나름의 재미를 아주 ‘쪼금’ 발견했다는 점일 거다.
생각보다 운동 컬렉터 기질이 있는 나는 꽤 많은 운동을 접해봤다. 요가부터 헬스, 클라이밍, 사이클, 필라테스 심지어 폴댄스(이건 1회 체험으로 끝났지만)까지, 돌이켜보면 그냥 시대의 흐름에 따라 꽤 핫하다는 운동을 훑어보는 천성을 지닌 듯하다. 이번엔 농구를 시작하며 나만의 운동 리그에 첫 구기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는 것에 일단 의의가 있다.
한편 다른 운동보다 무척 리드미컬하다. 그 리드미컬함은 일차적으로 사운드에서 나온다. ‘찍찍’ 운동화와 바닥간 마찰되어 나는 소리가 실내 코트라는 최적의 울림통을 통해 농구장 돌비 사운드로 변환된다. 이 소리는 속된 말로 귀에 아주 쏙 ‘때려 박는’다. 소음이라기보다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귀를 때리는 경험은 청각적으로 자극될 뿐만 아니라 뭔지 모르겠는 하이텐션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농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심상(?)일 것 같다. 거기에 농구공이 내 손바닥에서 튀어 오를 때 탄성의 소리 역시 마찬가지.
단체 운동임에도 공간도 좁고 시간도 짧아서 그런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동작들도 짧게 끊어져 리듬감이 필요한 운동인 것 같다. 스트레칭이나 드리블 연습할 때 선생님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씀 역시 리듬감이다. 그래서 박치인 나는 무척 곤욕을 치르는 게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다(레이업 슛을 연습하는데, 레이업 포즈 그대로 공중에 뛰는 게 안 돼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들고 손 같이 뛰기’ 같은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주입하고 있다).
의외로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실제 해보면서 깨달았다. 슛을 쏠 때 힘을 줘야 할 곳은 허벅지와 복근이었다. 다리를 약간 굽혀 허벅지에 온 힘을 모은 채 허리를 꼿꼿이 펴 나비 같은 가뿐함으로 골대를 향해 슛을 쏘는 것. 이때 손은 그저 거들 뿐이다. 단, 손끝까지 단단함을 잃진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이해하지 못한 나는 40분 동안 단 5개의 슛을 성공시킨 역사(?)를 쓰고 왔다. 맨 처음에 선생님은 내 종잇장 같은 몸을 보고 몸을 써본 적이 없기에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다독여 주셨지만 점차 내 운동신경을 보고는 더 이상 그 말씀을 하시지 않는다.
다만 얘는 답이 없다고 느끼셨는지 거의 일대일 전담 마크로 가르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나 자신이 한없이 비루해질 때마다 도대체 나는 뭐 때문에 운동을 좇아 나서나, 싶을 때가 있다. 못하는 거 안하면 되는데 굳이 찾아서 왜 나의 비루함을 다시 마주하며 그 구렁텅이에 빠뜨리는가. 늘 품고 있던 고민 중 하나였는데, 얼마 전 홍진경이 하는 유튜브 공부왕찐천재를 보다가 나도 몰랐던, 내 평생 꿈이 있었다는 걸을 깨달았다.
홍진경은 나이 마흔다섯에 이차 방정식이나 함수를 배울 필요도, 매일 영단어를 외워 시험 볼 이유가 하등 없는데 굳이 공부하겠다고 한다. 물론 공부 준비하는 거로 장장 4편의 영상이 나올 정도로 예열이 오래 걸리고 회피하려는 모습이 가득하다. 마치 운동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은 내 모습과 닮아있어 웃기면서도 묘한 불편함이 늘 서려 있다. 그런데 그녀가 일을 냈다. 중간평가에서 1등을 했고 감격에 겨워 “나도 내 한계를 모르겠어!”라고 외친다.
모의고사 18점에서 1등이 되기까지, 사실 거기 나온 패널 포함 셋 중에 1등 한 거지만 18에서 1이라는 숫자의 간극은 (그녀에게만큼은) 어마어마하다. 그녀와는 반대의 의미로 나 역시 운동할 때마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내 못함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자조적으로 되묻곤 했는데, 그녀의 순진무구한 희열은 나를 타박하는 거 대신 내 잠재력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아니 이렇게 못하는 거 보면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 거야? 나란 놈의 잠재력이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양열매만을 위한 운동왕이 되는 것. 내 평생의 목표이자 꿈, 바로 너였다.